로그/러닝 중

Dear, Ceci, Sissi.

이드__ 2023. 11. 29. 18:50

뭐가 답답한 거지? 사정 모른 채 구겨진 당신 미간 반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펴기나 한다. 주름 생길라. 그리고 안 구긴 편이 더 좋아. 그러고선 조금 머뭇거리다 당신 손 마주잡는다. 이런 상황에 닿아도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내가 모르는 영역인데. 뭐… 잠시간은 괜찮으려나.

“너도… 완전히 변한 건 아니라서 좋네. 물론 다른 길을 가는 것까지는 좋다고 하기 힘들지만. … 그 밖의 건 말이야.”

“그런가? 누구나 모순점은 가지고 있는 법이지. 그리고 누가 말했던 대로 난 깐깐키스니까,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해 줘. 좋아해 주면 더 좋고?”

잠시 당신 말 들으며 당신이 내리는 평에 웃었다. 그럼. 하지 말란다고 안 하면 아키스 바솔로뮤가 아닐 테다. 특히나 이건 저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므로 더욱.

만족하느냐 묻는 물음엔 잠시 생각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감각을 만족이라 하는 건 썩 옳지 않다. 당신이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어서 고마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을 선택한 것은 못내 슬펐다. 옳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중이 되면 결국 당신을 엄중한 심판대에 올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미련이 울컥 올라와 이 모든 감정을 뭉뚱그린다. … 확실한 건 만족은 아니었다. 보다 깊고 근본적인 어떤 감정이겠지.

당신이 당황하는 목소리로 말하자 그제서야 상념에서 조금 깨어나서 나직히 웃음소릴 내어놓는다.

“그래. 뭐가 어떻게 되든 같이 있고 싶어. 냉정하게 생각하면… 여기서 이러는 것도 사실 그다지 허용되는 일이 아니겠지. 널 만나길 고대하며 돌아다니고, 만나서 이야기하는 이 시간들도 헛된 시간들일 테고.

그렇지만… 결국 명백한 진실 앞에 눈을 감는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말지. 지금처럼. 바보같이 행동하는 건 너만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네가 걱정하는 일이라… 내가 변하는 것? 너를 포함한 어떤 외부적 작용에 의해,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 그로 인하여 고통받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것. 아닌가? 내가 너를 볼 때 그러해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했어.”

당신 손길에 가만 뺨을 기대며, 당신 얼굴 가까이 가져갔던 손을 위에 겹친다. …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건 지금뿐인가. 두어 발짝 가까이 다가가 선다. 당신과 저 사이에 틈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울고 싶다면 그래도 돼. 어쩌면 그럴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일지도 모르니까. 이대로 걸음을 돌려 서로의 진영으로 돌아가게 되면,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는 건 순식간이거든.“

승리엔 언제나 전운이 필요하고, 자신의 인생에서 당신을 만난 건 어찌 보면 가장 큰 행운일 테니, 나의 승리에는 당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서서히 고개를 숙였다. 장미꽃 한 송이가 들어갈락 말락한 거리, 당신 손을 감싼 손을 떼어 당신처럼 당신의 볼을 감싸곤,

“그렇다면 키스해 줘.“

그렇게 말했다. 승리의 축복과 망각의 저주, 작별의 서글픔과 한없는 애정의 기쁨을 담아서, 너와 나의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 그게 정말 너의 소원이라면, 노력해볼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로 선선한 여름밤의 공기를 데워 본다. 언젠가 보았던 뮤지컬의 내용을 기억한다. 황후가 죽음의 품에 안기고서도, 황제도 미처 그 사람을 잊을 수 없었겠지. 아마 당신도 알리라. 이렇게 말하고서 제가 영원히 당신을 잊을 수 없으리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