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17

장문용 외부링크

그랬냔 말에 고개 끄덕인다. “당연하지. 물론 우리 아버지를 특정하고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참을 수가 있어야지…” … “무척 놀랍겠지만 나름의 최선이었다.“ 속물 본성이란 말에 괜히 얼굴 한 번 찌푸렸다 폈다. 맞는 말도 당신이 말하면 어쩐지 재수없게 들려서 그랬으리라… 여즉 자기객관화가 한참은 부족하다. “생각보다 순순히 응원해 주는군. 여전히 영혼은 없게 들리지만… 너에게 영혼 있는 칭찬을 기대하긴 힘드니 그 정도면 만족해.” … “그런 쓸데 없이 화력 좋은 장작은 필요 없다. 전등 하나 켜겠다고 유전 찾을 일 있어?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물여덟 해를 살아도 네 말을 들으면 지나치게, 짜증이, 나.“ 짜증 팍팍 내는 꼴로 마지막 세 어절은 꾹꾹 누르며 강조하듯 말했더란다. “나의 목..

로그/러닝 중 2024.02.15

두 세계 이야기

‘그 녹색의 악마나 녹색의 요정처럼, 너희 가문은 가문 스스로를 브랜딩한 건가?’ 그런 생각이 어째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당초 11살이 그런 걸 알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묘하게 모든 것에 초연한, 관조하는 듯한 모습과 굳어지는 네 표정을 보고 호기심은 의구심으로 변한다. 당신은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았을 뿐더러 평생을 가문 안에서 가정학습을 통해 세상을 배웠다고 했다. 그럼 그 비틀린 사고방식은 마치 유전처럼 내려와 스민 것일 테다. 망해 가는 가문, 돈을 버는 방법은 여러 가지, 유달리 순수한 피로 데릴사위로 인기가 있다… 의 베넷 가족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 사람들이 제인과 엘리자베스에게 어떻게 대했더라… 모든 맥락을 이해하고 다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건 이제..

로그/러닝 중 2024.01.04

Dear, Ceci, Sissi.

뭐가 답답한 거지? 사정 모른 채 구겨진 당신 미간 반대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펴기나 한다. 주름 생길라. 그리고 안 구긴 편이 더 좋아. 그러고선 조금 머뭇거리다 당신 손 마주잡는다. 이런 상황에 닿아도 되는지 안 되는지는 내가 모르는 영역인데. 뭐… 잠시간은 괜찮으려나. “너도… 완전히 변한 건 아니라서 좋네. 물론 다른 길을 가는 것까지는 좋다고 하기 힘들지만. … 그 밖의 건 말이야.” … “그런가? 누구나 모순점은 가지고 있는 법이지. 그리고 누가 말했던 대로 난 깐깐키스니까,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해 줘. 좋아해 주면 더 좋고?” 잠시 당신 말 들으며 당신이 내리는 평에 웃었다. 그럼. 하지 말란다고 안 하면 아키스 바솔로뮤가 아닐 테다. 특히나 이건 저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므로 더욱...

로그/러닝 중 2023.11.29

Wit, Learning, Wisdom

아키스는 언제나와 같은 적막함 안에 눈을 떴다. 아니지, 언제나와 같다곤 할 수 없다. 학교에 있을 때는 이 정도로 사람의 기척이 없진 않았으니까. 아버지는 진즉 출근하셨거나, 어제 들어오시지 않으셨을 테다. 주방에 만들어져 있는 샌드위치를 보니 전자의 경우라는 사실을 알아내는 것 정도는 쉬웠다. 그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도 다정한 사람이다. 이제 아키스도 열일곱이 되어 성인인데도, 항상 아침을 챙겨주는 것이 그 증거라 할 수 있겠다. 아키스는 샌드위치를 천천히 씹으며 생각한다. 이 양상추는 한 블럭 너머의 고급 식료품점에서 사 온 것이라고. 항상 먹어왔던 것보다 싱그러운 채소의 향이 입 안에 감돈다. 결국 그는 샌드위치 두 조각을 다 먹지 못했다. 그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구성하는 뿌리와 수원지는 누가 뭐..

로그/러닝 중 2023.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