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러닝 중

장문용 외부링크

이드__ 2024. 2. 15. 21:20

그랬냔 말에 고개 끄덕인다.

“당연하지. 물론 우리 아버지를 특정하고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참을 수가 있어야지…”

“무척 놀랍겠지만 나름의 최선이었다.“

속물 본성이란 말에 괜히 얼굴 한 번 찌푸렸다 폈다. 맞는 말도 당신이 말하면 어쩐지 재수없게 들려서 그랬으리라… 여즉 자기객관화가 한참은 부족하다.

“생각보다 순순히 응원해 주는군. 여전히 영혼은 없게 들리지만… 너에게 영혼 있는 칭찬을 기대하긴 힘드니 그 정도면 만족해.”

“그런 쓸데 없이 화력 좋은 장작은 필요 없다. 전등 하나 켜겠다고 유전 찾을 일 있어?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물여덟 해를 살아도 네 말을 들으면 지나치게, 짜증이, 나.“

짜증 팍팍 내는 꼴로 마지막 세 어절은 꾹꾹 누르며 강조하듯 말했더란다.

“나의 목표? 차별주의를 이 세상에서 없애겠다는…? 실상 그런 거라면 자연히 한 쪽이 이루면 한 쪽이 잃을 텐데. …뭐, 나쁘지 않나. 좋아. 넌 뭘 걸 건데? 너의 안락한 삶? 기왕이면 너도 목표를 걸어 주면 좋을 텐데 말이지.”

깔깔 웃는 당신 모습에 여간 자존심이 상한 게 아니었는지… 눈 홉뜨고 바락바락 반박하는 꼴이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네가 웃을 처지냐? 너는 주문 잘못 외워서 한 번은 날려먹은 통에. 그리고 그 외의 것들은 다 좋았거든?”

그러곤 잠시 당신 말 듣듯 말이 없다. 이내 차분해진 채로 다시 답한다.

“그랬기에 더 비참했던 거야. 다른 이들을 앞세우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물론 그건 아니지만, 내 신념을 위해 다른 이들이 스러져 간 것 같아서 내 자신에게 화가 나. 이번엔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그랬는데도 어쩌다 보니 우리 손에 죽었군. 죽었을 때 기분은 어땠어? 네 눈 보니 그리 좋진 않았던 것 같은데… 후회라도 있었나.”

네 눈 보고 일순 흐려짐을 보았는지 묻는다. 그러곤 ‘말하기 싫다면 그러지 않아도 돼.’ 하고 중얼거리며 덧붙인다.

“비스무리한 생각은 해 봤지만… 확언을 들을 줄은 몰랐네. 생각이 닿지 못했던 곳들도 조금은 있고. 물론, 편입되는 쪽인 난 그래서 그 체제를 타도하고 싶은 쪽이지만. 솔직히 말해 줘서 고마워. 이제껏 네가 한 말 중 가장 내 목표의식에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그리 말하고 웃는 낯이 퍽 시원하다.

“개인적으로 머글들이 마법사들에게 자행한 행위 때문에, 여전히 그 인식이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 그렇다면 너희들이 하는 행위는 일종의 극단적 정당방위의 일종이 아닌가… 그런 생각에 망설였던 때도 있었는데, 그런 봉건 귀족 같은 생각들을 머릿속에 품고 있었다라. 그래, 생각해 보면 어떤 혈통이든 같은 마법사일 텐데… 그들마저 배척하는 것이 이상했어. 고맙다, 칼라일 카셀. 네 보험 좀 해약시키마.”


할 수 있는지는 해 봐야 아는 것이겠지만, 반쯤은 저도 당신 도발할 요량으로 환히 웃으며 그리 말했다.

“아무리 달콤하다 해도 꿈은 꿈이잖아. 나를 사랑하는 ‘진짜’ 사람들은 모두 밖에 있고. 아무리 진창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지. 꿈만 꾸고 산다면 이게 저승이나 다를 게 무어냐. 넌 그럼 꿈에 영원히 젖어 있을 수 있다면, 그리할 테야?”

“그리고 기껏 행복한 세계를 만든다고 하면서 혈통주의같은 것을 그대로 놓아 둔 이 고래의 행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기왕 할 거면 잘 맟춰서 고객이 만족할 수 있게 하던가… 아니, 너 같은 사람도 있으니 일종의 타협점이었던 걸까? 뭐 어찌 되었은 마음에 안 든다.”

머글이나 다름없는데 당당하다. 그 말에 무척 화가 난 듯이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진다… 고귀한 순혈, 미천한 머글본… 머글본으로 취급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미천하단 소리를 듣는 건 조금 다른 기분이었으므로.

“뭐 머글본이면 늘 숙이고 다녀야 한다 이 말이냐? 네가 순혈이란 이름 하나 달았다고 나보다 귀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온실 속 화초가 온실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격이랑 다를 게 뭐야? 고작 그딴 게 고귀함이라니. 순혈의 명성도 참 덧없군그래.”

“네 모든 말에 영혼이 없을 만도 하군. 네 고양이 말고 다른 것들을 열렬히 좋아해 본 기억은 있나? 잔잔한 인생이 나쁘단 것은 아니지만, 삶이 지겹지 않아?”

마지막 말은 조금 누그러진 채, 시비조 아닌 투로 덧붙였다. 아마 그 항목만큼은 진짜로 궁금했던 모양으로…

“타격감? 타격가암? 고작 그런 걸 위해 나한테 재수없게 시비를 걸었단 말이야?”

노리개 비스무리하게 썼단 식으로 받아들여졌는지 눈 한 번 굴리고는 거센 반응이다. 저런 반응이 본인을 더 타격감 좋게 만드는지는 모르고 있는 듯 하고…

“상처 받으면 안 그럴 것처럼 말하는군. 됐어. 그런 재수없는 알맹이 없는 욕에 누가 상처입는다고. 언젠간 네 번들한 낯에 실금 가는 꼴을 한 번 봐야겠다.”

씩씩대면서 말하는 꼴만큼은 어린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니까, 유치하다… 무어 그리 말하면서도 정말로 주먹을 날리지 않는 것은, 비겁하게 이기고 싶지 않을 만큼 그도 당신을 선의의 경쟁까진 아니더라도 꽤 호적수로 생각한다는 뜻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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